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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Shin, dae jun

 

b.1984

​다이아몬드 사탕처럼 지나간 추억은 달콤하다. 종이비행기에 추억과 꿈을 실어 보낸다.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 어린시절 즐겼던 놀이와 감성의 온기가 온몸을 적신다. 어스름한 달이 그림자를 드리우는 숲에서 바람의 노래를 듣는 어린 아이, 그리고 그 아이와 동물들이 교감하는 따스함이 전해온다.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 아이가 되고 싶은 어른. 신체적으로 뿐 아니라 심리적으로 우리는 다른 삶을 꿈꾸기도 한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가진 것에 대한 방관과 안도감, 이러한 것들은 결국 우리에게 또 다른 세상을 꿈꾸게 하는 동기가 된다. 기대감과 설렘을, 두려움을 동반한 새로운 삶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필요한 그만큼의 시간을 지내고 견뎌야 한다. 긴장감이 다소 풀린 평온함이 올 때, 다시 평온함 뒤에 어떠한 불명확한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다시 현재에 의문을 가지고 이러한 의문의 시간들이 반복된다.

어른이 된 아이는 현실의 시계에 자신의 삶을 맞추어간다.

어린 아이였을 때 막연히 바라보았던 세상과는 사뭇 다른 어른들 세상이다. 사고 싶은 것 마음껏 사고,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하는 것처럼 보였던 그 세상이 이제는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갑갑한 세상으로 느껴진다. 현실과 이상과의 괴리감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사진첩을 넘기며, 동화책을 읽으며, 학창시절 학교 근처의 문방구를 지나며, 동물원에서, 장난감 가게 앞에서 순간순간 과거로의 시간 거스르기를 감행한다. 무의식적으로 하게 되는 시간여행은 과거와의 조우로 인한 현실과의 괴리로 '추억' 이라는 감정의 동요를 일으킨다. 그렇다고 현재가 불행한 것은 아니다. 비록 '추억' 이라는 과거가 달콤하지 않더라고 잠시나마 현재를 잊고 현재를 살아가기 위한 안식처, 도피처가 필요했을 뿐이다.

작가 신대준에게 그림 속의 이야기는 자신이 지나쳤고 품었고 추억으로 존재했던 시간들의 집합체이다. 시간 속에 존재했던 기억의 단편들을 채집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 어른을 위한 동화이다.

그림 속 아이는 편안한 옷을 입은 맨발의 소년이다. 눈을 감고 귀를 막고 <마음의 소리>에 집중한다. 그 순간 시간의 경계가 무너진다. 그는 아무도 없는 한적한 곳에서 심리적 동반자를 맞이한다. 어린왕자에게 사막여우가 있었고 넬로에게 파트라슈가 있었듯이, 어린 시절 우리는 곰 인형에게서 심리적 위안을 받았듯 소년은 푸른 고양이, 붉은 코끼리를 그 대상으로 한다. 소년의 모습은 어린 시절의 동심의 또 다른 모습으로 어른이 된 그에게 심리적 안정을 준다. 등장하는 동물은 어른이 된 지금의 모습을 반영한 대상으로 강인하면서도 쓸쓸한 감정을 반영한다. 휘리릭, 둘만이 알 수 있는 신호를 보낼 수 있는 대상, 다른 모습을 한 동일한 존재, 단지 존재만으로도 정서적 안정감과 지지를 얻고 고민의 무게가 감량된다. 만남, 동행, 서로 바라봄, 기댐 등의 행동을 통해 그 존재는 피부에 닿을 만큼 생생하게 온몸으로 체감되고 서로에게 언제까지나 <머물러주길> 바라는 마음을 품는다.

서늘한 기운마저 감도는 이곳은 눈부신 달빛이 비추고 나무의 그림자가 땅 위에 길게 드리운다. 온 몸이 가벼워지고 상쾌함이 드리운다. 살포시 잔잔한 숨결이 뺨을 스치듯 <바람의 노래>가 들리고 가만히 눈을 감고 바람의 손길과 자연의 향기를 느낀다. <별빛이 내리는 밤>, 마주한 위로의 대상에게 나의 옛 이야기를 들려준다.

공간이나 상황은 현실과 분절된 시간 풍경이다. 그가 있는 공간은 아무 흔적도 없는 자연 속 어느 곳이다. 허용된 자만이 출입을 할 수 있는 비밀스러운 공간이다. 아무도 없는,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립된 공간처럼 온전히 자신에게만 몰입할 수 있고 혼자만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어쩌면 망각된 시간을 되짚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풍경을 보고 우리가 남모를 떨림을 느끼는 것은 스스로에게 그 시간들이 존재했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항상 저울질하는 마음이 있다. 현실과 과거, 그리고 미래, 시간에 대한 안타까움과 향수와 추억, 기대가 있다.

마음이 갈등을 할 때 가만히 눈을 감고 자신에게 시간을 주자. 

세상을 향한 눈과 귀와 입을 닫고 <마음의 소리>에 집중해보자.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할지라도,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더라도, 소위 '멍 때리는 시간' 이 되더라도 모든 것을 잊고 내려놓고 잠시 쉬어가는 것, 이것은 삶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에게 필요한 시간이다.

글. 조은정 (부산 시립 미술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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